
임희조 초대개인전 《서툰행복》
조형된 감정, 회화의 덩어리 – 임희조의 조각적 화면
고은주(호리아트스페이스 디렉터)
임희조의 회화는 말보다 느리다. 그 속에는 어떤 이야기나 교훈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오래 머물게 한다. 인물들은 말을 멈춘 듯 무심히 놓여 있고, 색들은 서로 부딪히면서도 가라앉아 있다. 이 화면들은 어떤 이야기를 건네기보다, 조용히 구축된 구조물처럼 거기 존재한다. 임희조의 회화는 무엇을 그렸는가 보다 어떻게 놓였는가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종종 “귀엽고 따뜻한 감성”으로 간단히 설명되지만, 실은 그 너머에 있는 구조와 물성의 언어를 읽어야 한다. 부드러운 색채 아래 단단한 구조가 있고, 평면 위에 쌓인 색은 깊이와 중량을 형성하며, 정적인 화면은 시간의 두께를 가진다. 그것은 회화이되, 조각처럼 서 있고, 말보다 감각으로 이야기한다.
주로 등장하는 소녀, 동물, 사물은 언제나 구체적이되, 결코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 등장하는 대상들은 화면의 비례 안에서 일정한 균형감을 유지한 채 위치를 차지한다. 오히려 그 존재들은 형태를 가진 색채의 덩어리로서, 회화의 구성과 질서 속에서 조형적인 완결을 이룬다. 20세기 이후 회화는 점점 서사에서 벗어나 자기 매체의 조건들(평면, 색채, 형태)을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임희조의 작업은 회화의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는 태도로 읽힌다. 작가의 화면은 색이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색 자체가 감정을 ‘형상화’한다. 밀도감 있는 색채는 안료를 함께 사용하면서 비롯된다. 임희조는 2023년부터 안료를 직접 배합해 오일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안료는 입자가 곱고 순도가 높을수록 더 깊고 풍부한 색감을 낼 수 있다. 오일은 그 안료 입자들을 감싸므로 색의 투명도와 광택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안료 특유의 탁월한 색감과 오일의 깊은 광택은 화면의 물성을 단단하게 밀어올린다. 오일과 안료를 사용함으로써 유약(glaze)의 효과처럼 얇게 쌓을 수도, 반대로 두텁고 조각적인 표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때 화면은 단순히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변화는 화면에 또 다른 조형적 감각을 부여한다. 색은 더 깊고 단단해졌고, 표면은 이전보다 더 조각적인 밀도를 띠게 되었다. 붓질의 결이 남은 색의 층들은 화면을 ‘칠해진 평면’이 아닌 ‘형성된 구조물’로 만든다. 이는 임희조의 회화를 더욱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임희조는 특정한 서사나 메시지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화면 위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어떤 개념을 설명하거나 재현하기보다는, 그리는 과정 속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흘러나온다.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의 경우 이들의 ‘포즈’나 ‘응시’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거나 고정시킨다. 인물은 서사의 중심이 아니라 ‘조형의 구도를 지탱하는 하나의 구조물’로 작용한다. 형태는 묘사의 수단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를 담은 입체적인 조각처럼 존재한다. 그는 작업이란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것”이며, “그 과정들 안에서 예술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색채와 구성, 그리고 그 조화로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면의 안정성이다. 화면은 불필요한 동요없이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각 형상과 색면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감정의 구조를 조용히 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감각에 닿는다. 작가는 말한다. “설명되지 않는 조형 속에서 작가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화면, 임희조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특히 그의 화면에는 일정한 ‘율동감’이 존재하는데, 이는 단순히 리듬감을 넘어서 하나의 조형적 질서를 만든다. 반복과 변화, 간격과 분산의 감각을 통해 화면은 평면의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조각적인 인상을 준다. 이는 시선의 이동을 유도하는 구도의 힘에서 비롯되며, 색과 형태가 정교하게 배치된 결과이기도 하다. 임희조의 회화가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꽉 차 있는 인상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조형적 태도는 동시대 회화가 감정의 직접적인 서술이 아닌, 조형 언어를 통한 감정의 ‘구성’으로 이동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가 선호하는 감정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 말보다 느려진 감각이며,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사적인 동시에 조형적으로도 신중하다. 그는 자신이 작업을 통해 “낯선 감정을 형상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낯설음은 단순한 이질감이 아니라, 익숙한 감정이 화면 위에서 새롭게 조율될 때 발생하는 정서적 거리감에 가깝다.
2021년 첫 개인전부터 전시의 타이틀로 사용하는 ‘서툰행복’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잘 대변한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되, 그 감정에 능숙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 작가는 이를 “강력한 사랑스러움과 약간의 부족함”이라고 표현한다. 그 ‘부족함’은 결핍이 아니라 여백이며, 감정의 여운을 남기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익숙함과 낯섦, 서툶과 안정감, 감정과 조형의 미묘한 균형. 작품 속에 남겨진 그 여백은 관람자에게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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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행복
Growing into happiness
임희조
@heejo__lim
25.04.18 ━ 25.05.10
10:00-18:00
일,월, 공휴일 휴무
호리아트스페이스 @hori_artspace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11
Organized by @hori_artspace @aifnco, Sponsored by One Medics 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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